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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의 엄지척] KOFIH 파견 김나영 우즈베키스탄 아리랑요양원 원장10년 가까이 고려인 어르신 돌보는 양국 우의의 상징적 수호천사
  • 김도윤
  • 승인 2019.01.0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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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요양원 송년 행사 모습. 앞줄 오른쪽에서 여섯 번째가 김나영 원장이다. 요양원 입주 어르신들의 평균 연령은 85세가량으로 이들 모두가 우리네 아픈 역사의 산증인들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의 서산로타리에서 우즈베키스탄 봉사활동을 왔다. 올해에는 한국에 나가 있어 그들과 함께 못해 아쉬웠다. 대신 한인회에서 이승조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몇몇 임원진이 그들을 안내해 아리랑요양원 등 여러 곳을 방문했다.

글 | 김도윤(우즈베키스탄 한인회장)

“우리 같은 봉사는 아무것도 아니구먼요. 저기 저 김나영 원장님 같은 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어요. 저런 분이야말로 초아(超我)의 봉사 정신 그 자체네요.”

지난해 10월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아리랑요양원을 찾았던 서산로타리 관계자 한 사람이 김나영 원장을 바라보며 내게 속삭였다. 그 곁에 앉았던 다른 한 사람은 타슈켄트에 와서 천사 한 사람을 만나고 가는 것 같다며 이 요양원 때문에라도 해마다 우즈베키스탄으로 봉사활동을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80 넘은 어르신들을 돌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겠어요. 그것도 한두 분도 아니고 저렇게 많은 분을 한두 해도 아니고 벌써 10년 가까이 됐다면서요? 그런데 이 먼 나라까지 와서 마치 친딸처럼 친손녀처럼 저렇게 상냥하고 자상하게 고려인 어르신들을 모시는 저런 분에게는 대통령 표창에 훈장까지 얹어줘야 합니다. 정말 천사 같은 분입니다.”

 

고려인 어르신들의 말벗, 내년 11월로 10년

아리랑요양원은 양국 간 우정의 가장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양국 정부가 합의해 만든 시설로 2010년 10월 개원해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 기관인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이사장 추무진)이 8년째 위탁 운영하는 공간이다.

김나영 원장은 2009년 11월 이곳으로 파견됐다. 말하자면 개원 요원이다. 그리고 이번 달로 만 9년째 이곳에만 머물고 있다. 내년이면 10년을 맞는 건데 서산로타리안들이 칭찬했듯 ‘참봉사’ 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이 시설엔 2018년 10월 말 현재 고려인 1세대 어르신들과 독거노인 41명이 입소해있다. 그분들의 평균 연령은 85.24세로 대부분 고령이다. 이분 모두를 24명의 직원이 돌본다. 식사부터 시설 관리까지, 그리고 놀이 프로그램부터 건강 프로그램까지 하루가 짧을 만큼 챙겨야 할 일이 많다. 그런데 그 24명의 직원 가운데 한국에서 파견된 사람은 김나영 원장이 유일하다. 나머지 23명 직원은 모두가 현지에서 채용한 고려인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인력이다.

‘다른 건 하지 못해도 매일 한 차례 이상 어르신 한 분 한 분에게 다가가 인사드리는 일만은 빼놓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다른 일이 바빠 인사를 못 드리고 퇴근까지 밖에서 해야 하는 날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럴 때는 그다음 날 출근해서 꼭 전날 못 드린 인사까지 두 번을 해야 마음이 놓입니다. 그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정을 나누는 일입니다.’

김나영 원장이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들어 찾아보니 그 대목에 밑줄까지 쳐져있어 안식구에게도 보여줬다.

지난 3월 26일 개원 8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하는 모습. 사회자 석에서 행사 진행을 맡고 있는 여성이 김나영 원장이다.

우즈베크 방문 자원봉사자들이 꼭 들르는 곳

한 자료를 보니 2017년 한 해 동안 아리랑요양원을 방문했던 한국인 자원봉사자들 숫자가 무려 1,026명이었다고 해 놀랐다. 게다가 국회, 정부, 지자체 관계자들과 NGO 관계자 및 여행자들의 방문 숫자도 2017년 한 해 동안 245명이었다고 한다. 한 달 평균 100명 이상이 매달 그곳을 둘러보고 돌아간 셈인데 이는 아리랑요양원의 상징성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이 방문객들 때문에 김나영 원장의 일이 더 많아지고 불편해지는 일까지 있었을 것 같다. 실적에만 급급한 봉사자들도 있고 아리랑요양원을 다녀왔다고 해야 우즈베키스탄 봉사를 제대로 하고 온 것 같은 평가까지 있다 보니 실질적 봉사보다 사진이나 찍고 오는 봉사활동도 없지 않다는 소문이 있어서다.

“한국에서 봉사하러 오는 사람들의 인식도 이제는 많이 개선돼야 할 것 같아요. 김나영 원장이 원체 불평이 없는 사람이라서 그렇지 어떨 때는 옆에서 보기에도 안쓰러울 때가 많아요. 단체로 봉사 와서 질서를 안 지키고, 불편해하는 고려인 어르신들과 사진 한 장 찍으려고 난리 피우고, 선물 전달식 해야 한다며 아주 당연하다는 듯 고압적으로 바쁜 사람 불러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고….”

그쪽 사정을 좀 아는 교민 한 사람이 언젠가 귀띔했던 이야기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어 자신이 원칙으로 내세웠던 ‘하루 한 차례 이상 인사드리기’가 흐트러질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됐다.

아리랑요양원은 2010년 3월 26일 개원해 10년 가까이 양국 우의의 상징적 랜드마크로 기능해왔다. 김나영 원장은 당시 개원 멤버로 우즈베키스탄에 파견돼 현재까지 고려인 어르신들을 보살펴 드리고 있다.

재단 창립 10주년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받아

내가 알기로 김 원장은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에 300인 이하 보육시설장 자격증이며 요양보호사 자격증, 가정폭력상담 자격증 등을 두루 갖춘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게다가 사회복지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까지 마친 재원으로 알고 있다. 그런 사람이 우리 한인 사회와 10년 가까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게 여겨진다.

2016년 8월 김 원장이 KOFIH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아 한인 사회 전체가 축하했다. 특히 그해는 한인회장을 처음 맡았던 때라 김 원장의 표창 소식이 내 일처럼 기쁘기도 했다.

이제 내년 이맘때면 김 원장의 아리랑요양원 재직 10년이 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그 말 그대로 우즈베키스탄의 지난 10년에도 많은 변화가 지나갔다. 하지만 유독 김 원장의 봉사 정신, 돌봄 정신, 나눔 정신만은 초심 그대로다. 그렇다 보니 김 원장에게 붙일 만한 별칭도 많다. ‘고려인의 영원한 맏딸’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아름다운 가교’ ‘1937년의 아픔을 치유하는 21세기 천사’…. 그러고 보면 스탈린의 고려인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도 이제 올해도 다 갔으니 18년만 있으면 100주년이다. 그즈음까지 그가 이곳에 있어 주면 좋겠는데, 그렇게만 된다면 만장일치 양국 평화상 감일 텐데, 그러나 그건 너무 지나친 과욕이라 기대 자체가 결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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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cho@uzkor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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