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UzKor에 바란다】3,300만 우즈벡인의 절친으로 남길
  • 임정민(인천 연수구)
  • 승인 2017.09.18 17:17
  • 댓글 0

 

인하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학생들.(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는 이미지 사진임)

 

새 학기를 시작한 아들이 우즈베키스탄에 빠졌다. 자기 과에 우즈베키스탄 친구 한 명이 편입해 왔다고 했다. 영문과 4학년 과정이 버겁지 않을 만큼 영어도 제법 잘 하는 친구란다. 그 친구와 대화하는 시간이 즐겁다는 아들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쪽 역사공부에도 열심이다.

요즘 아들 덕분에 나 역시 ‘스탄’ 거미줄에 걸렸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프카니스탄, 파키스탄....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동까지 내려오는 지도 속의 스탄들은 늘 마음 속에 불편한 나라들로 기억돼 왔다. 정치는 불안정하고, 경제는 낙후돼 있고, 종교 또한 편치 않다.

하지만 말 그대로 착각이었다. 머리 속의 고정 관념이 얼마나 무서운가도 깨달았다. 아들이 설명해주는대로 우즈베키스탄을 들여다보니 신흥 발전국이다. 우리나라와의 교역량도 부쩍 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진출로 서로 상생하는 기회의 땅을 만들고 있었다. 수르길이라는 지역에는 한국가스공사가 일궈 놓은 대규모 천연가스 개발 단지도 있다. 정치 또한 새로운 대통령을 맞아 안정적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글도 읽었다.

‘스탄’이란 낱말이 ‘땅’이라는 뜻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된 즐거움도 있다. 아, 그렇군. 우즈벡 민족의 땅, 카자흐 민족의 땅, 투르크 민족의 땅... 이런 뜻이군. 그러고보면 타일랜드는 타이 사람들의 땅이고 스위스랜드는 스위스 사람들의 땅인 것과 같다.

아들 덕분에 많은 것을 알아갈 즈음 가슴이 덜컹하는 뉴스가 나왔다. 한국에 와 있는 우즈베키스탄 청년 3명이 이슬람 국가를 여행하고 돌아와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보도였다. 아들에게 급히 전화를 해서 그 학생을 한동안 만나지 말라고 했다.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는 거라는 호들갑도 떨었다.

잠시 뒤 아들에게서 카톡이 왔다. ‘침소봉대’ 네 글자였다. ‘작은 일을 크게 부풀려 떠벌리지 말라’는 뜻이다. 아니 이 녀석이! 에미의 걱정을 이런 조롱조로 답하다니, 생각할수록 불쾌했다.

“엄마. 우리나라는 언론들이 문제야. 선진국이라는 게 뭐야. 그런 현상이 나타났으면 우리나라가 의료 선진국이니 얼마나 다행이야.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는 거잖아. 엄마처럼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우리나라에 와 있는 우즈벡 근로자들은 얼마나 불안하겠어. 주변 사람들도 괜히 그들을 기피하게 될 거고 말이야. 친구한테 내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우리 과 애들한테도 그런 선입감 갖지 말라고 했어.”

저녁밥상에서 마주 앉은 아들은 나를 점잖게 타일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남편도 빙그레 웃었다. 남편은 30년 전 유럽 지하철에서 기침 한 번 세게 했다가 폐결핵 환자 취급 받았다는 옛날 추억담도 다시 꺼냈다. 우리도 그렇게 대접 받던 시절이 있었다는 얘기였다.

부끄러웠다. 아들의 우즈벡 친구에게 미안했다. 맞다. 그 녀석은 자국 국민이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소식을 듣고 먼 이국땅에서 얼마나 마음 고생하고 있을까? 또는 그 아이의 부모는 현재 우즈벡에서 이 소식 듣고 아들 걱정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호들갑 떨었던 지난 몇 시간이 정말로 창피했다.

우즈벡 친구에게 들었다면서 아들이 UzKor Economy 창간 소식을 알려줬다. 우리나라와 우즈베키스탄의 다리 역할을 하고자 출범하는 매체라고 한다. 이 매체가 부디 나같은 호들갑 없이 묵직하게 두 나라의 튼튼한 다리 역할이 되길 바란다. 그 나라 인구가 3,300만이란다. 그들 모두의 절친으로 남아, 우리 아들과 우즈벡 친구의 새로운 만남처럼 양국 국민들의 새로운 만남을 계속해서 따뜻하게 조명하는 매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임정민(인천 연수구)  info@uzkoreconomy.com

<저작권자 © UzKor Economy - 우즈코 이코노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